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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6: Heider, Kelley의 귀인이론과 공공조직 적용

조직행태론 Day 16. Heider와 Kelley의 귀인이론을 통해 공공조직에서 행동의 원인 해석 방식과 평가·책임·신뢰 형성 과정을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1. 사람은 왜 ‘원인’을 만들며 사는가

공공조직을 공부하다 보면, 같은 상황을 두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는 장면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민원 창구에서 조금 딱딱한 표정으로 응대한 공무원을 보고 어떤 시민은 “저 사람은 원래 불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시민은 “오늘 업무가 몰려서 여유가 없겠구나”라고 짐작합니다. 한 부서의 실적이 저조할 때 어떤 상사는 “구성원들이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상사는 “제도상 한계와 인력 부족 탓이 크다”고 진단합니다. 상황은 하나지만,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원인’은 이렇게 다양하게 흩어져 갑니다.

조직행태론은 바로 이런 장면에 주목합니다. 사람은 타인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언제나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붙잡고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논리와 패턴을 사용하여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원인을 추론합니다. 오늘 공부하는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 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원인 찾기’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 이론입니다.

앞서 Day 14, Day 15에서 지각과 선택적 지각, 고정관념, 피그말리온 효과를 살펴보며 “사람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기대와 틀을 통해 선택적으로 해석하는 존재”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귀인이론은 그 연장선에서, 그 선택적 해석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원인’을 만들어 내는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public service office

심리학자 Fritz Heider는 일찍부터 인간을 “직관적 과학자(naive scientist)” 라고 불렀습니다. 사람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마치 과학자가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듯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원인을 추적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 우리는 머릿속에서 “능력이 부족한가?”, “노력을 덜 했나?”, “업무량이 과도했나?”, “환경이 방해했나?” 같은 질문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어느 하나를 선택해 마음속에 ‘진짜 원인’으로 붙잡습니다. 그 선택이 곧 귀인(attribution) 입니다.

공공조직에서는 이러한 귀인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의 행동은 단순한 개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국가”, “정부”, “행정조직” 전체에 대한 평가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무례한 응대가 “저 공무원은 불친절하다”에서 그치지 않고 “공공조직은 원래 비효율적이고 불친절하다”라는 인식으로 번지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귀인이론이 행정학에서 왜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또한 상사와 부하, 동료와 동료 사이에서도 귀인은 관계의 온도를 바꾸어 놓습니다. 똑같이 실수를 했을 때 어떤 상사는 “이 직원은 근본적으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보지만, 또 다른 상사는 “최근 과도한 업무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졌겠구나”라고 해석합니다. 전자의 상사는 인사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고, 후자의 상사는 업무 조정과 지원을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귀인은 평가와 보상, 징계, 동기부여, 조직 내 신뢰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조직행태론에서 귀인이론을 이해하는 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첫째,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는 나 자신의 습관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부하직원이나 동료를 평가할 때, 지나치게 인성이나 성격 탓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반대로 구조와 제도의 탓으로만 돌리며 개인 책임을 가볍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둘째, 조직 구성원과 시민이 공공조직을 평가하는 심리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행정서비스의 만족, 정책 수용성, 정부 신뢰도는 결국 “이 성과와 실패의 원인을 어디에 두는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Day 16에서는 먼저 Heider의 초기 귀인이론을 통해 내적 요인(성격·능력·노력)외적 요인(환경·과제 난이도·운) 을 구분하는 기본 틀을 살펴보고, 이어서 Kelley의 공변모형(covariation model) 을 통해 사람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보다 정교한 “원인 추리 과정” 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론이 공공조직과 행정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공무원 시험과 행정학 공부에서 어떤 식으로 출제되고 연결되는지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나는 어떤 틀로 원인을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함께 붙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Day 17에서 다루게 될 동기부여 이론 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귀인이 어떻게 사람의 의욕과 지속적인 노력에 영향을 주는지”까지 이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Heider와 Kelley의 귀인이론 심층 이해

2-1. Heider의 귀인이론: 인간을 ‘직관적 과학자’로 보는 시각

Heider의 귀인이론은 조직행태론에서 귀인이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출발점입니다. Heider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 방향의 원인을 상정한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사람 내부에 존재하는 원인(내적 귀인, dispositional attribution) 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에 존재하는 원인(외적 귀인, situational attribution) 입니다.

그는 인간 행동을 다음과 같이 개념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 행동

여기서

  • (B) 는 행동(Behavior),

  • (P) 는 사람(Person)의 특성(성격, 능력, 의지 등),

  • (E) 는 환경(Environment)의 조건(규칙, 제도, 상황 압력 등)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관찰할 때, 마음속에서 (P)와 (E) 중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주었는지 평가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민원인이 복잡한 서류를 잘못 제출했을 때, 어떤 공무원은 “이 시민은 부주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P)에 무게를 두지만, 또 다른 공무원은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안내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며 (E)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두 해석은 서로 다른 귀인 전략을 보여줍니다.

Heider는 사람들이 원인을 추론할 때 일정한 일관성을 추구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가 “이해 가능한 곳”이라고 느끼고 싶어 하고, 행동과 결과 사이에 나름의 구조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공무원이 친절하면 “원래 친절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반복해서 지각하면 “기본적으로 시간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항상 정확하게 문서를 처리하면 “매우 꼼꼼한 성격이다”라고 해석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사람 내부에 원인을 두는 경향을 성향 귀인(dispositional attribution) 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은 때때로 환경과 맥락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 과도한 업무량, 부실한 시스템,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 등 환경 요인이 분명하게 보일 때, 사람들은 “이번 실수는 그 사람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이것이 상황 귀인(situational attribution) 입니다.

Heider의 관점에서 보면, 귀인은 결국 “행동의 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가” 에 관한 문제입니다. 같은 실패라도 내적 귀인을 하면 “그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강화되고, 외적 귀인을 하면 “제도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공공조직 관리에서 두 관점은 서로 다른 정책과 인사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 내적 귀인에 치우친 관리자는 구성원을 성격과 태도 중심으로 평가하며, 훈계, 징계, 인사조치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기 쉽습니다.

  • 외적 귀인에 주목하는 관리자는 업무 재설계, 인력 보강, 시스템 개선과 같은 구조적 대응 방안을 먼저 검토하려고 합니다.

현실의 좋은 관리자는 두 관점 중 하나만을 선택하지 않고, 개인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감각을 갖추려 합니다. Heider의 이론은 그 균형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줍니다.


Kelley’s covariation model

2-2. Kelley의 공변모형: 사람들은 정보를 어떻게 조합해 원인을 만들어낼까

Heider가 “내적 vs 외적”이라는 큰 틀을 제시했다면, Harold Kelley는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을 구분하는지를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Kelley의 공변모형(covariation model)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사고 과정을 세 가지 정보 차원으로 정리합니다.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합치성(Consensus)

    •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합치성이 높고, 한 사람만 그렇게 행동한다면 합치성이 낮다고 봅니다.

  2. 일관성(Consistency)

    • 시간이 달라져도 그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비슷하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 언제나 비슷하게 행동하면 일관성이 높고, 상황마다 행동이 자주 바뀌면 일관성이 낮다고 봅니다.

  3. 독특성(Distinctiveness)

    • 그 사람이 다른 대상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아니면 특정 대상에게만 그런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 특정 대상에게만 유독 그런 행동을 보이면 독특성이 높고,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행동하면 독특성이 낮다고 봅니다.

Kelley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정보를 직관적으로 조합하여 “내적 원인인지, 외적 원인인지”를 판단합니다. 매우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입니다.

구분 합치성(Consensus) 일관성(Consistency) 독특성(Distinctiveness) 일반적 귀인 경향
유형 1 낮음 높음 낮음 사람 내부 요인(성격, 능력)
유형 2 높음 높음 높음 상황, 대상의 특성
유형 3 낮음 낮음 높음/낮음 우발적, 일시적 요인

이 표를 공공조직 상황에 맞추어 예시로 풀어 보겠습니다.


(1) 합치성이 낮고, 일관성이 높고, 독특성이 낮은 경우

예를 들어, 한 민원 창구 직원 A가 다양한 민원인에게 대체로 무뚝뚝하게 응대하고, 시간이 지나도 태도가 별로 달라지지 않으며, 다른 직원들은 비교적 친절한 편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다른 직원들은 친절하지만 A만 무뚝뚝하다 → 합치성 낮음

  • 언제, 누구에게나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 독특성 낮음

  • 여러 날, 여러 상황에서도 그런 태도가 반복된다 → 일관성 높음

이때 주변 사람들은 “A는 원래 성격이 딱딱하고,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곧, 내적 귀인 이 이뤄지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2) 합치성과 일관성, 독특성이 모두 높은 경우

이번에는 새로운 전자민원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 거의 모든 직원이 민원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같은 문제로 반복해서 오류가 발생하며,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는 업무에서만 유독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 모든 직원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 합치성 높음

  •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내내 문제가 반복된다 → 일관성 높음

  • 그 시스템과 관련된 업무에서만 문제가 생긴다 → 독특성 높음

이때 구성원과 시민은 “이번 문제는 직원 개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 설계와 도입 방식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는 전형적인 외적 귀인(상황 귀인) 패턴입니다.


(3) 합치성이 낮고, 일관성이 낮은 경우

어떤 공무원이 평소에는 정확하게 일하는 편인데, 특정 날에만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를 하고, 다른 직원들은 큰 문제 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 다른 직원들은 잘 처리한다 → 합치성 낮음

  • 평소에는 잘하지만 그날만 실수했다 → 일관성 낮음

이 경우 사람들은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 보다”, “갑자기 예기치 않은 사건이 있어서 집중을 못 한 것 같다”와 같이 일시적인 요인이나 우연에 원인을 두기 쉽습니다.

Kelley의 공변모형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런 정보들이 어떻게 결합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방향의 귀인이 일어나는지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틀입니다. 조직행태론 시험에서는 “합치성·일관성·독특성의 정의와 조합”,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의 전형적 패턴”이 자주 출제되므로, 위의 표와 예시를 함께 기억해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2-3. 귀인 편향: 사람들은 어디에서 자주 흔들리는가

현실에서 사람들은 Heider와 Kelley가 설명한 것처럼 차분하고 균형 있게 정보를 처리할까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인간은 여러 귀인 편향(attribution bias) 을 보이곤 합니다. 조직행태론에서는 그중 몇 가지가 특히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1.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보다는 성격·태도 같은 내적 요인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입니다.

    • 예: 민원 창구에서 무표정한 직원을 보고 “저 사람은 원래 불친절한 사람”이라고 빠르게 단정하면서, 그날 업무량 폭증, 민원 폭주, 시스템 다운 등 상황 요인은 쉽게 놓치는 경우입니다.

  2.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 자신이 행위자일 때는 상황 요인을 강조하고, 다른 사람을 관찰할 때는 성격 요인을 강조하는 경향입니다.

    • 예: 같은 지각이라도, 본인은 “오늘 교통이 너무 막혀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부하직원이 지각하면 “시간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우입니다.

  3. 자기고양 편향(Self-serving Bias)

    • 성공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 덕분이라고 해석하고, 실패는 운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경향입니다.

    • 예: 정책이 성공하면 “우리 부서의 전략과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실패하면 “예산 지원이 부족했고, 상부의 의사결정이 늦었다”고 설명하는 경우입니다.

  4. 방어적 귀인(Defensive Attribution)

    • 충격적인 사건이나 위협적인 실패를 접했을 때,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원인을 왜곡하는 경향입니다.

    • 예: 부당한 인사 피해를 당한 직원을 보면서, 실제로는 구조적 문제와 권한 남용이 있음에도 “아마 저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마음속 거리를 두는 경우입니다.

공공조직에서는 이런 귀인 편향이 조직문화, 공정성 인식, 신뢰 형성 전반에 깊게 스며듭니다. 상사가 기본적 귀인 오류에 빠져 구성원을 늘 성격과 태도 중심으로만 평가하면, 조직 내에서는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조직공정성 지각이 낮아지며, 장기적으로는 조직몰입 저하와 이직 의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시민이 정부 정책 실패를 모두 “공무원들의 무능과 부패 때문”이라고만 해석하는 상황에서는 복잡한 구조적 문제(장기 재정 제약, 국제 환경, 법·제도 상의 제약)가 논의되지 못한 채 감정적 불신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모든 실패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면, 시민은 정반대 방향의 귀인 편향을 갖게 되면서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강화하게 됩니다.

귀인 편향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왜 서로를 오해하고, 왜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며, 왜 신뢰가 쉽게 무너지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omplex environment

2-4. 귀인이론과 공공조직: 몇 가지 구체적 장면들

이제 Heider와 Kelley의 이론을 공공조직 맥락과 연결해 보겠습니다. 행정학과 공무원 시험에서 귀인이론은 주로 조직 내 평가, 공정성, 리더십, 공공서비스 동기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됩니다.

  1. 성과평가와 인사관리

    • 상사가 부하의 성과를 평가할 때, 실패의 원인을 내적 요인에만 두면 징계와 처벌 중심의 관리가 강화됩니다.

    • 반대로, 환경 요인을 함께 고려하면 교육·훈련, 업무 재설계, 제도 개선 등 발전 지향적 인사관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예: 동일한 민원 처리 지연이라도, 한 상사는 “담당 공무원이 게으르고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결론짓고 경고장을 발부하지만, 다른 상사는 “민원 처리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인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하며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습니다.

  2. 조직공정성 인식과 귀인

    • 구성원은 인사·승진·평가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결과의 원인을 따져 보면서 “조직이 나를 공정하게 대하는지”를 판단합니다.

    •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는 자기고양 편향이 작동해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나쁜 결과를 얻었을 때는 “상사가 나를 싫어해서”, “라인이 없어서”와 같은 내적 귀인을 상사나 조직 쪽으로 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이때 조직이 절차와 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면, 구성원은 결과가 불리하더라도 “그래도 절차는 공정했다”고 평가하면서 조직공정성 인식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시민의 정책 평가와 귀인

    • 정책 실패가 발생했을 때, 시민은 그 원인을 정부의 능력 부족으로 볼 수도 있고, 국제적 환경 변화나 예측 불가능한 재난 탓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 언론 보도와 정치적 프레이밍은 이러한 귀인 방향을 크게 움직입니다. 정치권은 때로 실패의 원인을 상대 진영에게 돌리려 하고, 행정부는 외부 요인을 강조하며 책임을 분산시키려 합니다.

    • 정책홍보와 정보 공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민의 귀인은 대체로 “정부 무능”이나 “부패”라는 내적 귀인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정부 신뢰도와 정책 수용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리더십과 팔로어십

    • 리더는 구성원의 행동을 평가할 뿐 아니라, 구성원 역시 리더의 행동을 끊임없이 해석하고 평가합니다.

    • 리더가 알려주지 않은 정보가 많고,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면, 구성원은 리더의 행동을 “사적 이익 추구”, “편애”, “책임 회피” 등으로 귀인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리더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외부 제약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면, 구성원은 내적 귀인보다 상황 귀인에 가까운 해석을 하게 되면서 신뢰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2-5. 공공관리자가 귀인이론을 활용하는 방법

귀인이론은 단지 시험에 나오는 개념이 아니라, 현실의 공공관리자가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고 도구입니다. 몇 가지 실천적 지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합치성·일관성·독특성 점검하기

    • 구성원의 문제 행동이나 성과 저하를 평가할 때, 먼저 머릿속에서 Kelley의 세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합치성)

      • “이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늘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가?”(일관성)

      • “이 대상, 이 업무에서만 문제가 생기는가?”(독특성)

    • 이 세 질문에 답을 구해 보는 과정 자체가, 감정적인 평가를 줄이고 보다 체계적인 진단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됩니다.

  2. 기본적 귀인 오류를 의식적으로 경계하기

    • 타인의 행동을 볼 때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이 떠오른다면, 잠시 멈추고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은 어떠한가?”를 되묻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 공공조직에서는 제도·규칙·정책·예산·인력 등 구조적 변수들이 개인의 행동을 강하게 제약하므로, 내적 귀인만으로 판단하면 실제 문제를 놓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3. 구성원의 귀인 방식을 이해하고 피드백 설계하기

    • 구성원이 반복해서 실패를 경험할 때, 실패의 원인을 전적으로 외부 탓으로만 돌리면 스스로 변화하려는 동기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실패를 자기 탓으로만 돌리면 무력감과 소진이 커집니다.

    • 관리자는 피드백 과정에서 “개인이 조정할 수 있는 부분”과 “조직이 함께 책임져야 할 구조적 부분”을 구분해 설명함으로써, 현실적인 변화의 지점과 조직의 지원 범위를 명확히 제시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4. 시민에게 상황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 정책집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지연이나 혼란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으면, 시민의 귀인은 자연스럽게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쪽으로 이동합니다.

    • 반대로, 어떤 제약이 있었는지, 어떤 대안이 검토되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할 계획인지 투명하게 설명하면, 시민은 실패를 순수한 무능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제한된 자원과 복잡한 환경 속에서의 선택이었음을 이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5. 교육·훈련에서 귀인이론을 도입하기

    • 공직자 교육에서 귀인이론을 사례와 함께 다루면,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평가와 비난을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예를 들어, 부서별로 같은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토론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의 비율, 귀인 편향의 양상을 함께 분석해 보는 방식의 워크숍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귀인이론은 공공조직에서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 공정성을 어떻게 설계하고,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심리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2-6. 귀인이론과 동기부여 이론의 연결

Day 17에서 다룰 동기부여 이론과의 연결도 잠시 살펴보면, 오늘 공부한 내용이 한층 더 선명해집니다. Bernard Weiner의 귀인 이론은 동기부여 연구와 밀접하게 연결되며, 다음과 같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 내적 vs 외적,

    • 안정적 vs 불안정적,

    • 통제 가능 vs 통제 불가능
      차원에서 어떻게 귀인하는가에 따라, 사람의 미래 행동 의욕이 달라진다는 관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 실패를 “내 능력이 원래 부족해서”라고 해석하면, 원인을 내적·안정적·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보는 셈입니다. 이 경우 “어차피 안 된다”는 무력감이 강화되어, 이후 노력 의지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준비 시간이 부족했고, 공부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면, 실패 원인이 외적 혹은 내적이지만 통제 가능한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다음에는 방법을 바꾸고 시간을 더 투자해 보자”라는 동기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공공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이 정책 실패를 경험했을 때, 그것을 “우리 부서는 원래 역량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조직 전체에 냉소와 무력감이 퍼질 수 있습니다. 반면 “현재 제도가 가진 한계와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식으로 귀인하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동력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귀인이론은 동기부여 이론의 중요한 전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Day 17에서는 매슬로우, 허츠버그, 기대이론 등 다양한 동기부여 이론을 다루게 되는데, 그 이론들이 말하는 “의욕과 노력” 뒤에는 오늘 살펴본 “나는 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깊게 놓여 있습니다.


공공조직에서 ‘원인을 묻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기

오늘 Day 16에서 우리는 Heider와 Kelley의 귀인이론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과 조직의 성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패턴과 편향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Heider의 관점에서 인간은 행동과 사건의 원인을 찾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마음속에서 “이 결과는 누구 탓인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저울질합니다. 행동을 평가하는 그 순간, 우리는 이미 귀인을 하고 있습니다.

Kelley의 공변모형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얼마나 나름의 ‘논리’에 따라 수행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합치성, 일관성, 독특성이라는 세 가지 정보를 통해 사람들은 “이번 문제는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업무 자체나 조직 환경의 탓인지”를 구분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정보가 주어지면 비교적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해지지만, 정보가 부족하거나 감정이 앞서면 내적 귀인이나 외적 귀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해석이 나오기 쉽습니다.

여기에 기본적 귀인 오류, 행위자–관찰자 편향, 자기고양 편향, 방어적 귀인과 같은 다양한 편향이 더해지면서, 현실 속 귀인은 이론보다 더 거칠고 불완전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타인의 작은 실수를 곧바로 인성의 문제로 단정하거나, 자신의 실패는 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장면, 정책 실패를 무조건 특정 개인의 무능이나 부패로만 이해하는 여론, 모든 문제를 추상적인 “시스템 탓”으로만 돌리며 구체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조직 문화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attribution bias to public servants


공공조직에서 이러한 귀인 과정은 단순한 심리 현상을 넘어, 제도 설계와 인사관리, 정책 책임성, 정부 신뢰 전반에 깊게 연결됩니다. 어떤 사건의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는 서로 다른 해결책을 상상합니다.

  •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귀인은 인사 조치와 처벌을 강화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놓칠 수 있습니다.

  • 환경과 제도만을 탓하는 귀인은 구조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책임과 전문성 관리의 필요성을 희석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좋은 공공관리자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 잡힌 귀인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조직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구분하고, 평가와 보상·징계에서 그 구분을 원칙으로 삼을 때, 구성원들은 “이 조직은 나를 공정하게 다루려고 노력한다”는 신뢰를 형성합니다. 이는 곧 조직공정성 인식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조직몰입과 공공서비스 동기를 강화하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귀인이론은 시민과 정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정부가 실패의 원인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어떤 제약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충분히 공개할 때, 시민은 실패를 무능과 부패만으로 보지 않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의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설명의 부재는 시민의 귀인을 단순한 비난과 불신 쪽으로 몰고 가며, 그 결과 정책 수용성과 협력이 약화됩니다.

오늘 Day 16에서 정리한 내용은 앞으로 다룰 여러 주제, 특히 동기부여 이론, 조직공정성, 리더십, 조직문화, 갈등관리를 이해하는 데 반복해서 등장할 기본 토대가 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행동의 원인을 찾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경험,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 다양한 귀인 패턴을 만들어 냅니다. 행정학을 공부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과정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며, “나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원인을 만들고 있는가?”, “그 귀인은 조직과 시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성찰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다음 Day 17에서는 동기부여 이론 을 다루면서, 오늘 배운 귀인이론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게 됩니다.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조직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계속해서 노력하려 할까요? 그리고 어떤 해석과 귀인이 사람을 포기하게 만들고, 어떤 해석과 귀인이 다시 도전하게 만들까요? Day 16에서 다룬 귀인이론을 마음 한켠에 간직한 채, 동기부여 이론의 세계로 함께 걸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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