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까?
행정은 사회 속에서 현실을 구성하는 중심축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사회 전체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지, 경제, 교육,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합니다. 이런 행정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행정학’이며, 그 핵심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는 연구방법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행정학의 연구방법은 시간이 흐르며 끊임없이 진화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법률 중심의 규범적 접근이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실제로 행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시말해, 규범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정기관과 공무원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입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행정학은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실증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이론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실증주의(positivism)이며, 이는 행정도 자연과학처럼 객관적·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후 이를 계승한 행태주의(behavioralism)는 개인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여 정책결정의 실제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고, 더 나아가 1960~70년대에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하는 신행정론(New Public Administration)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행정학의 연구방법은 기술적 분석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 그 자체를 어떻게 바라볼것이냐에 대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연구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어떤 집단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즉, 연구방법은 이론이면서도 동시에 철학이며, 행정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상을 투영하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증주의, 행태주의, 신행정론이라는 세 가지 주요 흐름을 중심으로, 행정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오늘날의 연구자와 실무자가 이 방법들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행정학의 본질은 ‘객관성’과 ‘과학성’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가치지향성’을 아우르는 통합적 학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실증주의, 행태주의, 신행정론의 흐름과 특징
1. 실증주의(Positivism): 행정을 '측정 가능한 과학'으로 만들기 위한 첫 시도
1) 실증주의의 철학적 배경
실증주의는 19세기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에 의해 정립된 인식론적 접근 방식으로, “직접 관찰 가능하고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사실만이 과학의 대상”이라는 전제를 따릅니다. 이는 물리학, 생물학처럼 인간 행위조차도 자연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2) 행정학에의 적용
-
측정 가능성: 정책 효과나 조직 성과를 수치화하여 분석하려는 시도
-
가설 검증: 행정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실증 자료로 이를 검토
-
객관성 강조: 연구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누구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객관적 접근
3) 한계점
-
행정은 단지 ‘수치’만으로 파악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현상
-
가치판단이 배제될 수 없는 정책 결정의 특성 상, 실증주의의 가치중립성 원칙은 현실과 충돌
2. 행태주의(Behavioralism): 인간 행동 중심의 행정 분석
1) 등장 배경
20세기 초, 특히 1930~5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정치학과 행정학의 분리 주장과 함께, 기존의 규범적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강화됩니다. 대표적 학자 드와이트 왈도(Dwight Waldo),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등이 이 흐름을 이끕니다.
2) 주요 특징
-
정책 결정의 실제 과정 분석: 공식적 제도보다는 실질적 의사결정 과정을 관찰
-
조직 내 인간 행동 연구: 개인의 심리, 동기, 갈등, 커뮤니케이션 등을 데이터로 분석
-
계량적 방법의 활용: 설문조사, 통계분석 등을 통한 행정 현상의 정량적 연구
3) 대표 이론
-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으며, 정보와 인지의 한계 안에서 결정을 내린다.
-
행동적 결정 이론: 조직 내 인간의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의사결정 모델을 개발
4) 비판점
-
지나치게 분석 도구에 의존하고, 이론과 실제의 간극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함
-
인간의 행동을 수치화하는 데 있어 윤리적·철학적 한계 존재
3. 신행정론(New Public Administration): 가치, 형평, 변화지향성의 강조
1) 등장 배경
1968년 미네소타 컨퍼런스를 계기로 대두된 신행정론은, 행정학이 현실의 사회문제에 무기력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합니다. 인종차별, 빈곤, 전쟁 등 급변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기존의 가치중립적 연구방법은 한계를 드러냈고, 이를 극복하고자 실천적이고 참여적인 행정학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2) 주요 주장
-
가치 지향성의 회복: 행정은 가치중립적일 수 없으며, 공익, 정의, 형평성 실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
소외계층에 대한 민감성: 행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반문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설계를 강조
-
행정의 변화지향성: 현실 개혁을 위한 행정의 적극적 개입 필요
3) 방법론적 전환
-
질적 방법, 사례 연구, 참여관찰 등 정량에서 정질로의 전환
-
연구자-행정가-시민 간의 상호작용 중시
4) 비판점
-
과도한 가치 개입은 과학성과 중립성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
-
지나친 이상주의로 인해 실천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됨
4. 세 접근법의 비교
구분 | 실증주의 | 행태주의 | 신행정론 |
---|---|---|---|
주요관심 | 사실(facts) | 인간 행동(behavior) | 가치와 개혁(value, reform) |
방법론 | 과학적 검증 | 계량적 분석 | 질적 분석, 참여적 연구 |
대표학자 | 콩트, 테일러 | 사이먼, 왈도 | 프레드릭슨 등 |
한계 | 현실과 괴리 | 인간복잡성 간과 | 이상주의적, 실천의 어려움 |
5. 현대적 함의: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
오늘날의 행정학은 위의 세 흐름 중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실증주의의 객관성과 행태주의의 분석력, 그리고 신행정론의 가치지향성을 모두 통합하여 다차원적 행정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책 효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의 목소리를 질적 연구로 수렴하며, 궁극적으로는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혼합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즉, 오늘날의 행정학은 ‘객관성 + 분석력 + 실천성’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 방법론을 지향합니다.
연구방법의 진화는 행정의 민주화를 향한다
행정학의 연구방법론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왔으며, 각각의 접근법은 당시 사회가 필요로 했던 해석틀과 실천 방향을 반영해왔습니다. 실증주의는 과학적 정확성을 추구했고, 행태주의는 인간 중심의 조직 이해를 가능케 했으며, 신행정론은 행정의 가치와 책임을 재조명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이론적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실제 정책 설계와 집행에 직결되는 중요한 이정표들이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의 정책 현장을 살펴보면, 이 세 가지 접근이 상호보완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의 복지 정책을 설계할 때는 실증적 데이터(소득분위별 수혜자 수, 재정 영향 등)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정책이 실제로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민들이 어떤 심리적 저항이나 만족을 느끼는지도 고려해야 하며, 나아가 정책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가치적 판단도 요구됩니다.
이처럼 현대 행정학은 특정 이론이나 방법에 고정되기보다, 현장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하여 다층적인 연구방법을 적용하는 통합적 접근을 지향합니다. 이는 연구자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 공공조직 관리자, 그리고 시민 모두에게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복잡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행정은 더 이상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조율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행정, 빅데이터 기반 정책, 시민참여 플랫폼 등이 확산되면서, 연구방법도 이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양적 데이터와 질적 자료를 결합한 혼합연구(mixed methods)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으며, 시민 인터뷰, 사례연구, 사회실험 등 참여형 조사기법도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과 방법이 더해질수록, 행정의 민주성과 공공성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습니다.
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생,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실제 행정현장에 있는 실무자 모두에게 이 연구방법의 역사는 단순한 학문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공공의 역할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사고의 도구’**입니다. 우리가 오늘의 행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인간적으로 이해하며, 가치적으로 실현하려는 이유는 결국 시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 모두를 위한 공공행정을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