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성과는 사람의 ‘의욕’에서 시작된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사람은 언제나 ‘이유’가 있을 때 움직인다. 이유가 모호하면 움직임은 느리고, 이유가 강하면 속도는 빨라진다. 이것이 바로 동기부여(motivation)의 시작이다. 누군가는 “조직의 본질은 사람의 행동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관리자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사람의 ‘내면’과 ‘의식’을 들여다보는 심리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동기부여 이론은 조직행태론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공공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법과 제도, 매뉴얼이 촘촘하게 짜인 관료제 환경에서는 “시켜서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명령으로만 조직이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다. 복잡한 정책과 다양한 이해관계, 급변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구성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은 정체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인 의욕’은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심 에너지가 된다. 누가 더 잘 시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하고 싶게’ 만들었는가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일하는가? 보수 때문인가? 인정받기 위해서인가?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보아서인가? 혹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소명감 때문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조직행태론은 인간의 내면을 분석해왔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며, 그 동기는 일률적이지 않다. 특정한 하나의 보상으로 모두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조직 운영 경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래서 이론이 필요하다. 동기부여 이론은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체계적 해답을 제시한다.
이 글에서는 동기부여 이론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크고, 공공조직에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세 가지 이론을 집중 조명한다. 첫째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이다.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로 나아간다는 구조적 모형이다. 둘째는 허츠버그의 동기-위생이론이다. 일의 만족과 불만족을 각각 별개의 요소로 구분하고, 불만족 해소만으로는 동기가 유발되지 않음을 밝힌 이론이다. 마지막은 브룸의 기대이론으로, 인간이 특정 행동을 선택할 때 기대치와 보상의 가치를 곱해 행동 가능성을 결정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이 세 가지 이론은 인간에 대한 관점과 조직설계 방식, 동기유발 전략에 깊은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공공조직에서 ‘무엇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것인가’라는 정책적 고민에도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급여만 올린다고, 칭찬만 한다고, 혹은 사명감을 강조한다고 모두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 이론들은 실제 조직운영과 인사정책의 핵심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
결국 동기부여는 리더십과 조직문화, 보상체계, 직무설계 등 다양한 요소들과 맞물려 조직성과를 결정짓는다. 오늘날의 공공조직은 ‘자율과 책임’, ‘성과와 공정’, ‘의무와 의미’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다. 조직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 달려 있고, 사람은 내면의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므로 동기부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조직은 결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이제, 동기부여 이론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①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 인간 동기의 계층을 탐색하다
1. 매슬로우 이론의 탄생 배경
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동기의 핵심으로 간주하였다. 그는 기존 심리학이 인간의 병리적 측면, 즉 문제 있는 행동을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고 비판하며, 건강한 사람의 ‘성장’과 ‘자기실현’을 중심으로 인간의 심리를 바라보았다. 이 관점은 인본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조직행태론에서도 인간을 ‘기계적 존재’가 아닌, 내면의 욕구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로 이해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주었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이 욕구들이 위계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족되지 않은 욕구가 행동을 지배한다”고 보았으며,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상위 욕구가 동기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2. 다섯 단계 욕구의 구조
매슬로우가 제시한 욕구 단계는 다음과 같다:
단계 | 욕구의 이름 | 설명 |
---|---|---|
1단계 | 생리적 욕구 (Physiological Needs) |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 예: 음식, 물, 수면, 공기 |
2단계 | 안전 욕구 (Safety Needs) | 신체적·심리적 안전. 예: 주거, 직업 안정, 법과 질서 |
3단계 | 사회적 욕구 (Social Needs) | 소속감과 사랑. 예: 가족, 친구, 공동체, 관계 |
4단계 | 존경 욕구 (Esteem Needs) | 자기 존중 및 타인으로부터의 존중. 예: 인정, 성취, 자율성 |
5단계 | 자기실현 욕구 (Self-actualization) |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 예: 창의성, 자아실현, 의미 추구 |
이 다섯 단계는 ‘욕구의 위계(hierarchy of needs)’로 불리며, 피라미드 형태로 시각화된다. 기본 욕구에서 고차원 욕구로 올라갈수록 동기 수준은 심화되지만, 충족이 더 어려워진다.
3. 이론의 주요 가정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은 다음과 같은 가정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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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구는 위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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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가 동기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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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족된 욕구는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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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의 원천은 항상 ‘충족되지 않은’ 욕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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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러한 가정은 동기부여가 단일한 원천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구성원의 욕구 수준이 다르다면, 각기 다른 동기유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4. 공공조직에서의 적용
공공부문에서 매슬로우 이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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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단계: 급여, 정규직 고용, 연금제도, 건강보험, 안전한 근무환경 등 기본적 생존과 안정에 관한 욕구 충족은 공공조직의 핵심 보상제도와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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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소속감과 관계 중심의 조직문화, 협업과 팀 기반 프로젝트 활성화, 동료 간 신뢰 및 존중 형성 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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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공정한 인사평가, 성과 인정, 승진 기회, 자율적 의사결정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존경과 자아존중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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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공공조직의 사명과 비전, 정책적 의미,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기실현’을 조직 안에서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매슬로우 이론은 특히 ‘하위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 욕구는 의미가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므로, 인사행정이나 조직개발 전략 수립 시 욕구 단계에 따른 접근이 매우 유효하다.
5. 비판과 현대적 해석
물론 매슬로우 이론은 다음과 같은 비판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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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성의 경직성: 모든 사람이 하위 욕구 충족 이후에 상위 욕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나 종교인은 생리적 욕구보다 자기실현을 먼저 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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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다양성 무시: 서구 중심의 이론으로, 공동체보다 개인의 성취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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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검증 부족: 경험적 자료보다 직관에 의존한 이론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매슬로우 이론은 ‘욕구 중심의 동기 이론’이라는 틀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최근에는 위계적 구조를 유연하게 해석하거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보완이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6. 정리
매슬로우 이론은 인간을 ‘욕구 충족을 통해 의미를 찾는 존재’로 바라본다. 조직은 구성원 각각의 욕구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때 비로소 자발적 참여와 고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 결국 조직 성과의 출발점은 “사람이 왜 이 일을 하려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비롯된다. 매슬로우 이론은 그 성찰의 출발점이자, 리더의 통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구조적 안내서라 할 수 있다.
② 허츠버그의 동기-위생이론: 일의 만족과 불만족은 다른 차원에서 온다
1. 허츠버그 이론의 배경과 문제의식
1950년대 말, 미국의 심리학자 프레더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는 당시 유행하던 ‘보상 중심의 동기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급여나 복지, 직무환경을 개선하면 직원들의 ‘만족도’가 증가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떤 요인을 개선해도 직원들은 불만은 줄지만 ‘동기’나 ‘열정’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허츠버그는 "사람을 불만족스럽지 않게 만드는 것과, 만족스럽게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요인이다"라는 핵심 명제를 바탕으로, '동기요인(motivators)'과 '위생요인(hygiene factors)'을 구분하였다. 그의 이론은 1959년 《일하기 싫어하는가(Work and the Nature of Man)》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직무설계와 인사행정 분야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2. 동기요인 vs 위생요인
허츠버그는 200명 이상의 회계사와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경험과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응답에서 나타난 원인을 정리하였다.
구분 | 요인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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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요인 (Motivators) | 성취감, 인정, 일 자체의 의미, 책임, 성장, 승진 등 | 만족을 유발하지만, 없다고 해서 불만이 생기지는 않음 |
위생요인 (Hygiene Factors) | 급여, 근무조건, 상사와의 관계, 직장 안정, 조직 정책 등 | 불만족을 유발하지만, 충족되어도 동기가 생기지는 않음 |
이 구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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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요인이 충족되지 않으면 직원은 불만족하지만, 충족되어도 ‘동기’가 생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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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동기요인은 조직원에게 ‘일의 의미와 몰입’을 제공하여, 자발적인 성과와 창의성을 유도할 수 있다.
허츠버그는 이와 같은 이중구조를 통해, 기존의 보상 중심적 접근이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였다.
3. 왜 급여 인상이 동기를 자극하지 못하는가?
허츠버그 이론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인사·조직 전략의 전환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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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복지, 근무환경을 개선해도 ‘동기’는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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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임금을 올리면 불만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일에 몰입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조직 성과에 기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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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급여는 위생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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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일 자체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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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구성원이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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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자체의 자율성, 성장 가능성, 책임 부여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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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직은 위생요인에 과도하게 집중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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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은 안정성이나 연금, 규칙 중심의 문화 등 위생요인이 잘 갖춰진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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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동기요인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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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준수보다, 정책 기획이나 행정혁신처럼 ‘직무의 의미와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직무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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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직무재설계(Job Redesign)
허츠버그 이론은 직무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직무재설계(job redesign)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그는 ‘직무충실화(Job Enrichment)’ 개념을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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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충실화(Job Enrichment): 직무에 도전성, 자율성,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여 동기요인을 강화하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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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 책임을 부여하거나, 구성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늘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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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민원창구 직원에게 안내뿐 아니라 민원 종결 권한 일부를 위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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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확대(Job Enlargement): 단조로운 작업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반복을 줄이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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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기요인을 강화하는 데는 직무충실화가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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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직에서는 이를 통해 획일적인 업무 분장을 넘어서, 정책 의미를 내면화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5. 허츠버그 이론에 대한 비판
허츠버그 이론도 완벽한 이론은 아니다. 대표적인 비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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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인의 이중성 모호성: 어떤 사람에게는 ‘승진’이 인정받는 기회(동기요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급여 인상(위생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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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차와 상황요인 무시: 동일한 요인도 직무 유형이나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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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적 한계: 인터뷰 방식이 응답자의 기억이나 해석에 의존해 주관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만족을 없애는 것과 만족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통찰은 오늘날까지도 조직행동론과 인사행정에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6. 공공조직 적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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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직원 사례: 민원 안내에서 벗어나, 정책 홍보나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티 구축 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방식은 동기요인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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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서 공무원: 상급자의 지시만 기다리는 구조가 아닌, 정책 아이디어 발굴과 기획 초기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성취감과 자율성을 통한 동기유발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공공조직이 규범적 틀을 지키는 기계적인 체계가 뿐 아니라,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협업적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다.
③ 브룸의 기대이론 – 동기는 ‘기대 × 가치 × 수단성’의 곱이다
브룸(Victor Vroom)의 기대이론은 1964년 발표된 이래,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기대(expectancy)’와 ‘가치(valence)’, ‘수단성(instrumentality)’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해왔다. 이 이론은 내용이론(content theory)보다는 과정이론(process theory)에 속한다. 즉, 인간이 왜 어떤 특정 행동을 선택하는가를 설명하며, 그 선택은 욕구 자체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기대하는 결과에 대한 인지적 계산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대이론의 기본 구성요소
브룸의 기대이론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의 곱으로 동기(Motivation)를 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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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Expect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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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노력을 기울였을 때 성과(performance)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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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 일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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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값은 0에서 1 사이의 값으로 측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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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낮으면 아무리 보상이 매력적이라도 동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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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성(Instrument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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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성과가 원하는 보상(outcome)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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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성과가 좋으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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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공공조직에서는 수단성이 낮게 인식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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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인사제도 외에 실질적인 보상이 불투명하거나, 보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수단성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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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Va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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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상 자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선호나 매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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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보상이 나한테 정말 매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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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인센티브라도 어떤 사람에겐 동기 유발 요인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무의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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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의미: “하나라도 0이면 동기는 0이다”
브룸의 기대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세 요소가 곱셈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즉, 아무리 보상이 크고(가치), 성과와 보상 사이의 연계가 분명하더라도(수단성), 노력과 성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신뢰(기대)가 0이면 사람은 행동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 승진의 보상을 제시하면서 “성과만 좋으면 승진할 수 있어”라고 강조하더라도, 조직원들이 “이 조직은 줄 세우기가 다야”, “성과랑 승진은 상관없어”라고 믿는다면 수단성이 0이 되어버려 동기가 사라진다. 반대로 “승진은 공정하게 주어진다”는 믿음이 있어도, “나는 해봐야 안 될 거야”라는 기대가 낮은 상태라면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보상 자체가 매력 없으면(가치가 낮으면), 다른 두 요소가 높아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대이론의 공공조직 적용
공공부문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동기 저하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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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보상의 연계가 약함: “일을 많이 해도, 조직 내 평판이나 인사고과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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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승진의 제한성: 승진 여건이나 자리 자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높은 성과가 인사 결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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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의 획일성: 연공서열 중심의 급여체계는 개인이 느끼는 보상의 ‘가치’가 낮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이론은 조직 설계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조직이 구성원의 동기를 높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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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Expectancy)를 높이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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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훈련과 역량개발을 통해 직원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갖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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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직무기술서 제공, 성과 기준 제시로 불확실성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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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성(Instrumentality)를 높이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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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보상과 직접 연결된다는 신뢰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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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기준의 투명성 강화, 공정한 피드백 시스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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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식 평가나 다면평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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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Valence)를 높이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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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보상 유형 제공: 금전적 보상 외에도 유연근무제, 워라밸, 자율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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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선호를 반영한 동기부여 전략: 조직의 ‘1대 다수’ 정책에서 ‘1대 1’ 맞춤형 인사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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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룸 이론의 의의와 한계
브룸의 기대이론은 ‘사람은 감정적 존재이기 이전에 계산적 존재’라는 관점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공공조직처럼 보상이 정해진 환경에서도, 동기의 발생 과정을 인지적 과정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실제 정책 설계에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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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을 지나치게 합리적으로 가정한다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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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회적 관계, 조직문화 등 비공식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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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의 질적 측면(예: ‘일의 의미’나 ‘자부심’)을 정량화하기 어려움
결론 – 공공조직 속 인간을 움직이는 ‘진짜 동기’를 다시 묻다
동기이론은 조직 내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본질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다룬다. 왜 사람은 일하는가, 어떤 보상과 조건이 행동을 촉진시키는가, 그 행동은 어떻게 유지되고 강화되는가. 이처럼 인간을 내면에서 움직이게 하는 힘, 즉 동기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일은 조직관리의 시작이자 끝이다. 특히 공공조직처럼 성과와 보상, 욕구와 자율성, 형평성과 제도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동기이론의 이해 없이는 실질적인 조직운영이 불가능하다.
이번 Day 11에서 다룬 세 가지 대표 동기이론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인간 행동의 동기를 설명한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 수준과 순서에 주목했고, 허츠버그는 만족과 불만족은 별개의 차원이라는 이중구조를 제시했으며, 브룸은 개인이 행동을 결정하기 전의 인지적 계산 과정에 주목했다.
이 세 가지 이론은 서로 다른 이론 체계임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관점을 제공한다. 그것은 ‘인간은 기계처럼 일하지 않으며, 외적 조건과 내적 감정 사이의 균형이 동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즉, 급여만 높다고 동기가 생기지 않으며, 자율성과 성취욕만으로도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다. 욕구, 조건, 기대, 인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조직은 구성원을 움직일 수 있다.
공공조직에서의 적용: 행정과 동기의 간극을 메우는 전략
공공조직은 민간조직과 달리 동기 유발 요소가 제한적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성과급과 같은 인센티브 제도는 제한되고, 승진 기회는 좁으며, 행정 절차와 제도는 경직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직자들이 강한 사명감으로 조직에 헌신한다는 사실은, 외적 보상 이외의 동기요인이 실재함을 보여준다.
매슬로우의 관점에서 본다면, 공공조직은 생리적·안전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시키지만, 상위 욕구(존경, 자아실현)에 대한 조직적 지원은 부족하다. 허츠버그의 위생요인과 동기요인 이론에 따르면, 공공조직은 위생요인은 확보했을 수 있으나, 진정한 동기요인(성취, 인정, 성장 기회)은 취약한 편이다. 브룸의 기대이론 관점에서는, 많은 조직원들이 성과를 내도 조직이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 기대를 가지고 있어, 기대값이나 수단성이 낮게 형성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공조직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보상을 늘릴 수 없다’는 전제를 고정값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대와 수단성, 가치의 재구성을 통해 ‘내적 동기의 흐름’을 디자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성원 간의 인정 문화 형성, 작은 성공 경험의 축적, 개인 역량에 맞는 업무 재배치,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 등이 내적 동기요인을 자극할 수 있다.
동기의 미래적 재해석: 감정, 공정성, 연결의 시대
오늘날의 조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동기 환경 속에 놓여 있다. Z세대와 MZ세대의 조직 진입은 ‘보상의 의미’와 ‘일의 목적’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흔들어 놓고 있으며, 공공부문 역시 이제는 ‘소명의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냉정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동기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매슬로우의 단계적 욕구는 순차성의 엄격한 전제로 인해 현대인의 다중욕구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고, 허츠버그의 이분법은 개인 간 차이와 조직문화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브룸의 기대이론은 지나치게 계산적이며, 감정적 동기나 사회적 영향력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정서적 동기이론’과 ‘공정성 인식이론’, ‘심리적 계약이론’ 등 보다 세분화되고 감성적인 동기 접근이 필요하다. ‘내가 존중받는다고 느끼는가’, ‘이 조직이 나를 공정하게 대우하는가’, ‘내 일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주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진 것이다.
결국 조직이 인간을 움직이고자 한다면, 인간의 마음을 읽는 힘, 그 정서와 기대, 감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감정지능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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