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거창하게 생각하면 멀게만 느껴집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법안 다툼이나 뉴스에서 접하는 대통령 연설, 선거 유세 현장처럼 대규모 이벤트로만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도 정치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정치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드는 모든 규칙과 선택의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에서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치는 '공공의 삶을 설계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네의 공원이 더 넓어졌습니다. 그건 누군가 구청에 민원을 넣었고, 시의원이 예산을 확보했으며, 관련 공무원이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즉, 정치적 결정의 결과물이 여러분의 산책길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이것 역시 한때는 뜨거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결국 시민들의 의견과 정치인의 정책 판단이 결합되어 제도화된 것입니다. 오늘 학교에서 아이가 먹은 급식 한 끼도 사실 정치의 결과물입니다.
📚 왜 우리는 정치를 '남의 일'처럼 느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지겹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혐오스러운 것처럼 느낍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정치가 우리의 일상에서 불투명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정책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논의되고, 전문가나 관료들에 의해 결정되며, 우리는 그 결과만을 ‘통보’ 받습니다. 참여하지 못하고, 설명을 듣지 못한 정치는 우리를 ‘관객’으로 만들고, 관객은 언제나 무관심해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미디어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갈등 중심, 정쟁 중심, 인물 중심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쉽게 클릭을 유도하지 못합니다. 대신 싸움과 폭로, 감정적 충돌만이 조명됩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정치 자체를 ‘피로한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진짜 정치학은 다릅니다. 정치학은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지적 렌즈입니다. 나와 타인의 관계, 사회 문제와 그 해결 방식, 권력과 책임의 구조,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까지—정치학은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인문학적 훈련이자,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 언어입니다.
🧭 이제, ‘생활 속 정치학’을 시작해볼 시간입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속 정치의 흔적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나아가 정치를 단지 투표로만 국한시키는 시선을 넘어서,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정치 참여란 무엇인지, 정치가 왜 시민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지 함께 탐색할 것입니다.
정치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 뉴스 속 전쟁이 아닙니다.
정치는 여러분의 식탁 위에 있고, 등굣길에 있으며, 통장의 알림 속에 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 ‘정치학 여행’이 여러분의 시선을 넓히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기를 바랍니다.
정치를 이해한다는 것 – 개념, 기능, 일상, 오해, 참여
1️⃣ 정치란 무엇인가 – 정의와 다양한 학자들의 시각
정치(Politics)의 정의는 하나로 통일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치는 사회의 본질, 권력의 구조, 인간의 행동방식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핵심은 바로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의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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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zōon politikon)’이라 불렀습니다.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살 수밖에 없으며, 스스로의 삶을 위해 사회와 공공의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정치가 “공동선을 향한 실천”이라고 보았습니다. -
막스 베버(Max Weber)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는 정치를 “국가의 정당한 강제력을 정당하게 사용하는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이 정의는 정치가 의견 교환 뿐이 아니라, 공식 권위를 통해 법과 정책을 정하고 집행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
현대 정치학자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정치가 사회 자원(예: 세금, 복지, 교육)을 누구에게 얼마나 분배할지를 결정하는 행위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정치란 곧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자원을 분배하며,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이 과정은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운동, 정당정치, 정책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2️⃣ 정치는 어떤 기능을 하는가? – 정치의 5가지 핵심 기능
정치의 기능은 권력 행사나 입법에만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정치가 없다면 우리는 갈등을 폭력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는 사회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질서의 중심입니다. 대표적인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능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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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서 유지 기능 | 법률과 제도를 통해 사회를 안정시키고 폭력을 억제합니다. |
2. 자원 배분 기능 | 예산, 복지, 교육, 보건 등 공공재를 어떻게 누구에게 분배할지를 결정합니다. |
3. 통합 기능 |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를 조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사회 통합을 도모합니다. |
4. 사회화 기능 | 교육, 미디어, 가족을 통해 시민이 정치적 가치와 규범을 학습하게 합니다. |
5. 대표와 참여 기능 |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정책을 만들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합니다. |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 모든 기능이 붕괴되고, 사회적 혼란과 불신이 깊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정치는 단지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감시해야 할 삶의 핵심 영역입니다.
3️⃣ 정치와 우리의 일상 – 생활 속에 녹아든 정치
정치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의 대부분은 정치적 결정의 결과입니다.
🍽 식사 한 끼도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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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은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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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식품(GMO)을 표시할지 말지는 국회에서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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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에 붙는 부가세는 조세정책의 결과입니다.
🏠 집과 교통도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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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이 될지 말지는 금융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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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요금, 지하철 운행 시간도 지방정부의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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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허용 여부도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논의됩니다.
🏫 학교와 병원도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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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내용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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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비, 의사 수, 공공병원 예산도 모두 정치의 결과물입니다.
즉,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수없이 많은 정치적 결과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정치를 몰라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정치를 알면 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4️⃣ 정치에 대한 오해들 – 왜 사람들은 정치를 싫어할까?
정치를 멀게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됩니다.
❌ 오해 1: “정치는 더럽고 부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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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일부일 뿐입니다. 시민참여의 부족, 감시 기능의 약화가 문제를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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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높아질수록 투명한 정치가 가능해집니다.
❌ 오해 2: “나는 정치와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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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정치가 여러분의 삶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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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정책, 주거 비용, 직장 내 복지, 기후변화 대응까지—모두 정치입니다.
❌ 오해 3: “투표만 하면 다 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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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정치참여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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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개진, 시민단체 활동, 지역회의 참여, SNS 정치토론도 모두 정치참여입니다.
정치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교육의 확대, 정치의 일상화, 미디어의 책임 있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5️⃣ 정치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법 – 생활정치와 디지털 정치의 시대
과거에는 정당 활동이나 선거 참여가 정치참여의 전부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정치참여는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 디지털 정치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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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한 캠페인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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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정치채널 구독과 댓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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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청원(예: 국민청원 플랫폼)
🏘 생활정치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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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회의, 학교 운영위원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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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제에 대한 의견 개진과 모임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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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plogging)과 같은 환경 행동도 정치 참여로 연결됨
🗳 참여를 넘어 ‘감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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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모니터링, 지방의회 회의록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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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시의원의 SNS를 통해 소통과 피드백
이러한 참여는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들고, 시민을 정치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시킵니다.
정치, 그 거대한 이름을 당신의 하루로 끌어오다
우리는 종종 정치를 뉴스 속 이야기나 국회 회의장에서 벌어지는 고성과 정쟁으로만 상상합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찬찬히 되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탄 지하철의 요금,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급식 품질, 아침에 들은 공공 라디오의 콘텐츠, 밤늦게 귀가했을 때 골목길에 켜진 가로등까지—모두 정치의 손길 아래 결정된 결과물이었습니다.
정치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가까워서 우리가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것이죠.
그렇기에 정치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 때로는 목소리를 내는 일은 곧 우리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 정치를 이해하는 순간, 세상이 달라진다
정치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도시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모른 채 떠내려가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정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가치가 우리 사회에 필요할지 분별할 수 있게 됩니다.
정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때로는 답답하고, 변화를 거부하며, 부정의와 타협하는 현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감시하며 토론해야 합니다. 정치란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에는 정치인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 모두가 포함됩니다.
✊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정치’
정치를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정치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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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시의원의 SNS 팔로우 후 정책 동향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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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필요한 정책 제안을 구청 게시판에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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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공익 캠페인에 동참하거나 홍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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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정치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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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하며 토론해보기
이처럼 정치적 행위는 거대한 조직이나 거창한 투쟁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 삶의 공간을 이해하고, 거기에 관여하려는 모든 행위가 바로 정치참여입니다.
🌱 정치는 ‘가능성’이다
정치는 갈등의 예술이자, 타협의 기술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창조적 상상입니다. 정치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정의롭고, 더 지속가능하며, 더 인간다운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정치적 존재’입니다.
정치를 배운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회를 꿈꾸는지, 그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자각의 첫걸음입니다.
그 첫걸음이 오늘 이 글에서 시작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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